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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기 (13)

고등학교
너무 싫어서 죽고 싶다
처음으로 롤모델이 생겼다
싸이 겨우 찾아서 사진 저장함 >.<
학교에 이런 언니가 있었다니…
너무 닮고 싶어 내가 되고 싶던 그런 모습이야!!!!
영화부로 동아리 옮기고 싶다~~~
한율대 인문대학 목표!!!
꼭 04학번 후배로 들어가서
언니랑 친해져야지
언니는 나를 기억 못하겠지만
내가 꿈꾸던 사람
내 인생 롤모델이니까ㅎ
공부 좀 더 열심히 할 걸
그래도 이제부터 열심히 하면 돼!!!
재수 시발
결국 재수학원 등록했다 아는 사람 있을까봐 존나 먼데까지 갔음
아무도 나를 몰랐으면 좋겠어 창피해 시발시발시발
한율대 꼭 갈거야 꼭 꼬ㅓㄱ 꼭ㄱ 정이현 기다려
키노아이 가입
언니가 밥 사주기로 했다~!!!!!!!!!
나를 모르는 눈치다… 당연한 거겠지만
같은 학교 후배라고 하면 더 예뻐해주겠지???
병신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니랑 점심 먹는데 미친 거지새끼들이 꼽사리 껴서
임시저장 이메일 실수로 잘못 보냄 ㅅㅂㅅㅂ
존나 이상한 애라고 생각하겠지? 아냐 언니는 착하니까 그럴 리 없어…
신의준 존나 이기주의자
언니한테 아이스크림 얻어먹으려고 했는데
미친놈이 주제도 모르고 고백하는 장면만 목격했네
퉤
동아리 회원 5명 중 2명이랑 돌려가면서 사귀는게 제정신으로 보이겠냐?????
언니 생각은 손톱만큼도 안하냐고
근데 애초에 송주하랑은 왜
이 모든게
거짓말 같다
같은 학교만 오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존나 불행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해
이게 다 정이현 너 때문이ㅑ/키ㅏㄴㄹ햐ㅓㄷ/ㅎㄹ댜
정신과
오늘 언니가 신의준이랑 영화 보러 갔다
카메라 사러 간다더니 카메라 가게가 닫아서 영화를 봤다고 한다
사귀기로 했겠지 그딴 새끼랑... 내 롤모델이
심장이 너무 아파서 매일 잠이 안 온다
결국 수면제만 왕창 처방 받아서 왔다
고시생들한테 유명한 병원이라더니 묻지도 않고 약부터 주네
약이 독해서 이제 잘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에 털어 먹고 죽어버릴까?
언니가 미워 너무너무 미워
비가시적 인물
그게 나야
네 눈엔 보이지도 않는 주변적 존재
좋아할 권리조차 나한테는 없으니까
복수할 수 있을까?
단성 큰아빠가
뤼미에르 극장을 닫고 내일 미국으로 간다고 엄마한테 들었다
관람객이 하루에 다섯 명도 안 든다고 한다
큰아빠한테 전화해봐야겠다
끝났다
상상으로 백번도 넘게 생각한 일인데 생각보다 허무하게 끝나버렸네
언니 휴대폰을 연강역 쓰레기통에 버리고
택시로 학교까지 왔다
다른 것들은 전부 동방 사물함 뒤 환풍구에 쑤셔박았다
멍청한 송주하를 속이는 건 쉬웠다
신의준도… 언니 생각으로만 머리가 꽉차있을테니
언니가 좋아할 정보는 바로 전달하리라 예상했지
전화를 다써서 공중전화로 걸었다는 어설픈 거짓말에도
갑작스럽게 수업 중간에 단성으로 찾아가도
커피에 수면제를 타서 내밀어도
언니는 단 한 순간도 나를 의심하지 않았다
잠든 언니의 모습은 천사같았다
시체가 발견될까?
그 전에 나도 언니 곁으로 가야할까
마지막 기록
동방으로 사진이 도착했다
언니가 찍어준 내가 담겨 있어서…
버릴 수도 나만 몰래 가질 수도 없어서
적당히 빼고 섞어서 제출했다
어차피 실종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경찰은 없을 거고
주변인에 불과했던 나를 의심할 사람도 없으니까ㅎ
언니가 마지막으로 시간을 보낸 게 나라는 게 행복해
잠든 언니의 모습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것도 나야
결국 언니에게 가장 특별한 사람은 나였어